여길 걸어 내려가는 건 참 쉬운데...


부산은 온 도시가 솟아 있는 산으로 가득한 곳이다. 경가사 가득한곳. 오르막이 있다면 내리막이 있다는 걸 몸소 체험할 준비가 된 자만이 부산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장마로 퍼붓던 비가 잠시 멈추고, 태양이 다시 뜨겁게 내리 쬘때 냉정 고개의 능선을 따라 경사를 올랐다. 주례동.. 냉정 고개. 실제로 냉정이라는 우물이 있는데 이 차가운 우물이라는 '냉정'에서 유래 된 이름이라고 하며 경부선이 가로지르고 가야로가 확장되면서 평지에 가깝게 되었다고 한다. 근처 버스 정류장 이름도 여전히 냉정고개라는 명칭으로 되어있고 아주 살짝 조금 올라서 꺽어 돌아간다. 


강이 굽이쳐 흐르는 듯한 까마득한 오르막 길..


실수 한게 있다면, 날씨가 예상 보다 더 더웠다는 것이고 장마는 장마인지라 습도 또한 만만치 않아서 한발 한발 내딛는 일이 이미 42.195km를 달리고 골인 지점으로 향하는 마라톤 선수의 마음이랄까... 가만히 오르막길을 올려다 보고 있으니 아 그냥 돌아갈까 하는 생각이 수십번도 넘게 머리속에서 자유비행을.. 



파란 물통이 하나씩, 주택가의 비슷한 모습들이다. 집을 에워싸고 있는 나무들이 앞마당과 정원을 대신하고 있다. 어린시절 지금처럼 아파트가 아닌 주택에 살았을때 마당에 수십개도 넘는 화분들과 나무들에 물주는일은 항상 내 몫이였다. 아침에 일을 나가시던 아버지께서 꼭 물주는 걸 잊지 마라고 당부 하셨지만 주말엔 하루 종일 놀고 평일 방과후엔 여느 아이들 처럼 뛰어 놀기 바빠 제대로 물을 준 적이 별로 없었다. '니 물마실때 나무 물 한번 주면 되는데 그게 어렵냐' 하시며 혼내셨는데 나는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물호스를 연결해서 마당 전체에 물을 뿌려서 나무들을 촉촉하게 해주었다. 어찌보면 벼룩 잡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과 비슷하려나.. 나무에 물주는 일이란게..지금 생각하면 별일 아닌데 그땐 왜 그렇게 싫고 귀찮았는지.. 



투박한 화분들..


드럼통으로 된 거대한(?!) 화분을 보니 어릴때 학교에서 자연이라는 과목의 활동중 하나로 화분 가꾸는 걸 할때면 통조림 캔 밑바닥에 구멍을 뚫어서 제일 아래부터 자갈과 모래 흙 등을 채워 화분을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큰 패트병도 잘라서 만들곤 했다. 강낭콩 싹이 안터서 마음이 아팠던 적도 있었는데...



의자...뒤의 고추 나무.. 고추나무 나물도 맛있는데.. 그냥 보고 있으니 그 생각에 절로 군침이..


다행이도 집들이 서로 가까이 이웃하고 있어서 그런지 그늘진 곳도 많아서 벽에 기대 잠시 쪼그려 앉아 쉬었다. 원래 어디에서도 길 아무대나 앉지 않는다는 사람이지만(당연히 군복착용시 제외) 일단 살아야 하는 생존본능을 어찌할수 없다. 저쪽에 의자가 하나 보이지만 주인이 분명해 보여서 무턱대고 앉기도 그렇고 그냥 아쉬운데로 나의 슬픔이 가득한 사진이나 한컷 남겼다. 


 

무언가 특이한 구조..



'집들이 이웃하고 있다' 라고 할까. 어릴때 살던 집도 그랬는데.. 담은 있었지만 서로서로 무척 가까웠었다. 앞집 뒷집 옆집이 아니라 그냥 '동네'였으니. 골목을 돌아가면 있던 친구들이 살던 집도 지금 옆 아파트에 살고 있는 친구네와는 또 다르다. 





담쟁이 넝쿨이였던가.. 그게 한번 자라나기 시작하면 나중엔 손델수도 없을 정도가 된다고 해서.. 눈에 띄면 그렇게 뜯어 내곤 했건만.. 순식간에 창고가 넝쿨로 덮혀 버렸다. 사실 뜯어낸다고 해도 자국이 남아서 그냥 덮이는게 낫다고 생각해서 만족스러웠지만.. 벽 틈에 뿌리를 박고 자라고 있는 알수 없는 식물(?!)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뜯겨져 나가 버릴지도 모른다. 어릴적 집 창고 처럼 집 하나를 덮어 버릴수 있는 행운이 올수도 있겠지만 그 확률을 나에게 로또 당첨의 기회로 달라고 하고 싶다..



한번쯤은 찍어 본다는..그.. 이상하게 새 한마리 없었네..


할머니 한분이 집안인을 보시다 밖을 내다 보시곤 '날도 더운데 뭐 찍을게 있다고 찍고 있노' 하신다. 몇마디 나누시곤 웃으시며 문을 닫으 셨는데..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나의 심정과 가장 어울리는 대답은 '저도 왜 이렇게 찍고 다니는지 알수 없으니 더 아이러니 하네요' 가 아니였었나 싶다. (한마디로 더운날 생고생?)



내려간다. 도저히 안되겠다. 너무 덥다.


올라왔던 길을 다시 내려간다. 바로 위쪽 골목이 친절한 금자씨를 촬영했던 주례여고 앞 골목길인데 다시 둘러보고 옆에 난 길도 돌아서 가보려 했지만 더위에 두손 들었다. 아직 대낮 처럼 훤하지만 저녁시간이 다 되어 허기도 지고, 짧은 시간이였지만 땡볕으로 샤워를 한 지친 몸을 달래기 위해 시원한 소주 한잔의 여유를 즐기러 남포동으로 가기로 했다. 한걸음 한걸음 힘겹게 오를때와는 달리 굽이치는 골목길의 흐름에 몸을 맏겨 내려간다.
_ 그날 남포동은 8시 정도가 되어도 환해서 낮술한 기분이였다(...) 
  1. Favicon of https://banjiru.tistory.com BlogIcon 反지루  2011.07.06 21: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더운 날 찍은 보람 있으시네요. 마을의 느낌이 참 좋네요.
    • Favicon of https://lovepool.tistory.com BlogIcon Kenny Goodman  2011.07.07 18: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다음번 사진 찍으러 갈때는 생각 좀 더 해야 겠더군요. 너무 더워서;;ㅎㅎ
      느낌 괜찮은 곳들이 더 많은데 한쪽에서만 조금 둘러보다 내려와서 좀 아쉽네요..
      더위가 정말;
  2. Favicon of http://sangsang-story.tistory.com BlogIcon harujun  2011.07.08 11: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람들로 가득한 관광지나 명소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한적한 도시의 골목골목을 돌아보는 것도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사람냄새가 나는 것도 같고..^^
    • Favicon of https://lovepool.tistory.com BlogIcon Kenny Goodman  2011.07.11 16: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근처 곳곳을 돌아다니면 꼭 특별하게 어딜 찾아가야 한다는 것 보단 간간히 걸어다니는 재미가 있어요.
      인파로 북적이는것보다 나은것 같더라구요..ㅎㅎ
    • Favicon of http://sangsang-story.tistory.com BlogIcon harujun  2011.07.14 12:27     댓글주소  수정/삭제
      8월달에 부산을 가게 될 것 같은데 시간내서 한번 한적한 부산 골목 좀 다녀봐야겠어요..^^
  3. Favicon of http://uwanttowalkslowly.tistory.com BlogIcon 슬로레시피  2011.07.09 11: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냉정에 이런곳이 있나요.
    맞아요부산은 산으로된동네가 찾으면 참 곳곳에많아서
    저도 그런곳찾아 출사잘다니곤해요.
    이동네도 참 고요한아름다움이있네요 ㅎㅎ
    • Favicon of https://lovepool.tistory.com BlogIcon Kenny Goodman  2011.07.11 16: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냉정역에서 한참 올라가야 해서 무더운 날은 좀 힘들긴 한 곳이예요.
      몇년전에 산복도로 걸으면서 돌아다니곤 했는데 비슷해 보여도 동네마다 나름 다른 특색이 있는것 같아 보이더군요.
      저런 곳은 어느 동네 할곳 없이 조용하더라구요.. : )
  4. Favicon of http://lovebp.tistory.com/ BlogIcon 소천*KA  2011.07.09 13: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곳이 좋아요. 높고 높은 아파트보다는 저런 주택가가 정감이 갑니다.
    글도 좋고 사진도 좋으네요. ^^
    • Favicon of https://lovepool.tistory.com BlogIcon Kenny Goodman  2011.07.11 16: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부산 특성상 아마 다른 어느 도시보다 저런 풍경이 많을것 같네요.
      더군다나 대도신대도 불구하고 말이죠.
      저도 어릴때 골목길이 있는 동네에 살았는데 요즘 휑 한걸 보면 아쉽더라구요..
  5. Favicon of http://dksgodnr.tistory.com BlogIcon 해우기  2011.07.10 21: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골에 살며..도시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하지만 가끔 이런 사진속의 모습...이런 골목길..길...은 상당히 좋아하는 편입니다....

    도시접근기피증만 없다면...상당히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담고싶은... ㅎㅎ
    • Favicon of https://lovepool.tistory.com BlogIcon Kenny Goodman  2011.07.11 16: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시골이 참 좋긴한데..그것마저도 어려운 현실이라서.. 어렵네요.ㅎㅎ
      골목길을 돌아다니다 보면 어릴때 생각이 많이 나는것 같아요. 얼마 안된것 같은데 말이죠..
      어릴때 살던 동네에 가도 이젠 볼수 없어서 더욱 그런것 같아요..
  6. Favicon of http://youngjongtour.tistory.com BlogIcon 악의축  2011.07.11 14: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산이 저런 모습을 가지게 된 가장 큰 계기로 6.25전쟁을 들 수 있습니다.
    전쟁을 피해 내려온 피난민들이 산능성이마다 피난촌을 형성하면서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왔고.
    다른도시와 다르게 도로하나하나 또 집들이 아니 저런곳에! 할 정도로 다양성이 존중되는 몇안되는 지역중 하나입니다.
    • Favicon of https://lovepool.tistory.com BlogIcon Kenny Goodman  2011.07.11 16: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임시수도가 들어서기 전까지 산만 있던 땅이였다고 하던데..지금의 모습을 하게 된걸 생각해보면
      부산은 참 .. 아픈 역사를 가지고 성장한 도시인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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