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외곽지역으로 나가려고 마음 먹는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시내버스와 지하철 환승을 이용하며 하루 반나절만 바삐 걸어다니곤 했는데, 하필 쉽지 않던 그날이 비가 내리는 날, 황사가 날리는 날이 될줄 알았을까. 여전히 비가 내릴 준비를 하는 주말..기장으로 향했다. 기장은 원래 양산에 속해 있는 곳이였는데 부산에 편입되어 부산시 기장군.이 되었다. 오늘의 목적지는 기장군에서도 장안읍 오리..날개짓하는 오리..오리고기 오리가 아니라 행정구역 오리(실제로 처음엔 오리가 그 오리인줄 알고 오리고기집인줄...광고인줄) 에 위치한 대룡마을이다. 울산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타고 쭉 올라가면 장안읍에서 빠져 한적한 ..정말 한적한 도로를 조금 달리니 도착했다.

마을 입구.. 누가 봐도 대룡마을..의심할수 없다.


마을 이름이 새겨진 바위 앞에 쓰러진 이정표가 살짝 보이는데..저 이정표가 가장 중요한 것이였다. 오른쪽으로 나 있는 도로를 따라가면 넓은 주차장이 있고 본격적인 작업실들과 전시 작품들이 마을 곳곳에 전시되어 있다. 이정표를 사진을 찍어 놓고도 왼쪽길로 마을 위쪽으로 올라가서 한바퀴 돌아 내려 왔는데, 주차장에 주차해 놓고 걸어 다니니 차를 타고 둘러 볼땐 찾아 볼수 없는 작품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이래서 걸어 다니는게 중요한가 보다.

민박집이 있을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서.. 살짝 놀랐다.


깜찍한 벽화..


민박집 2호..


처음엔 민박집이 있는 것 자체가 의아했었지만 조금 둘러 보다 보니 배밭 체험장이나 농장 체험장 같은 곳들이 있었는데, 그걸 보고나니 민박집이 있을 만하다는게 이해 되었다. 그러고 보니 몇년전 사촌 동생 꼬맹이가 딸기 체험 다녀왔다고 자랑했던 기억이 나기도 하고, 딸기체험 자랑만 하고 정작 딸기는 선물해 주지 않아서 살짝 삐쳤었다(...)

스페이스223 작업실..


마을 오르막즈음에 작업실이 하나 눈에 띄었는데..지붕에 '스페이스223'이라는 이름표가 있었다. 그 이름에 끌려 파란 풀밭길을 올랐다. 입구에서 부터 조각품들이 반겨주고 있고 경계도 없이 개방된 작업실.. 하지만 여기서 더 이상 발걸음을 움직일수 없었다. 어릴때 한창 미대가 꿈이였을때 그림을 그리거나 다른 작업을 하나 할때면 누군가 뒤에 다가오거나 근처에서의 누군가 지켜본다는 느낌만 들어도 소스라치게 놀랐고 집중을 할수 없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나는 나도 모르게 주위에 보이지 않는 경계를 만들곤 했는데 여전히 풀 밭에 서 있으면서도 방해가 되고 있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은 그 옛날 나를 떠올리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자그마한 선인장들..


빨간 우체통이 아닌 우체통


풍향계..



대룡마을 곳곳엔 이렇게 들짐승들이 뛰어 다닌다..


누가봐도 공룡이랄까..


꽤 많은 들짐승 작품들이 마을을 뛰어 다니도 있다. 나중에 알았지만 마을 곳곳에 있던 이 들짐승 같은 작품들은 전시 기간동안에 전시중인 어느 예술가의 전시작품이라는걸 알수 있었다. 

정말 솔직히 초등학교 이후 민들레를 이렇게 보는건 처음이였다.


스페이스223 작업실의 옆 모습...


둘러서 올라가니 이전에 풀밭을 가로질러 올라간 스페이스223 작업실의 다른 입구가 보인다. 반대편에서 날카롭게 솟은 뿔 같은게 무엇일까..그리고 반대편에는 무엇이 있을까 잠시나마 많은 상상을 했었던 모습을 직접 볼수가 있었다. 아마 이 스페이스223의 주인이 마을 곳곳에 들짐승들을 풀어 놓은것 같다.

땅바닥에 내려 앉아 있던 얼굴..


어라..토..토....토끼가!!!!!!! 동화속에만 나올것 같았던 토끼들이 걸어 다닌다..



아트인오리의 무인 카페.. 방문 당시 이곳에서는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시던 중년의 남자 두분이 있었다..


마을 한가운데 있었던 두릅나무,,


내가 두릅 나무를 한번에 알아 볼수 있었던건 어릴때 통영의 시골에서 고모들과 누나들을 따라 산속으로 봄나물과 두릅 새싹을 따러 꽤나 자주 갔었기 때문이다. 나무는 가시 같은 작은 가지들만 있고 앙상하게만 자라 있는 나무들 끝에 파릇파릇하게 솟아난 새싹들만 한가득 따서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꽤나 걸어서 들어가야 했던 숲이였는데 마을 한가운데 자라나 있는 두릅 나무들을 보고 이상하게 신기했기에 동행했던 친구에게 의아해 하면서 설명해 주었다. 왜 난 어릴때 험난한 비탈길을 따라 두릅을 따러 가야 했었는지... 어떻게든 자꾸만 나의 어릴적 기억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곳이다.

정말 깜짝 놀랐던 작품 아닌 작품..


평범한 전원의 느낌이랄까..


용이 여의주를 입에 물고 있는 모습.. 이 것을 보며 여기는 대룡마을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떠올리게 되었다..


마을 바로 앞은 누구나 그냥 지나 칠 만한 시골 길이다..

'
나는 통영에서 태어나고 20년을 살았다. 어릴때 난 미대를 꿈꾸었고 그 이전에 나의 누나 또한 그랬다. 또 그 이전에 나의 아버지 또한 그랬을지도 모른다. 사실 직접 여쭈어 보거나 말이 오갔었던건 아니지만, 나의 아버지는 내가 몇살인지 몰랐을때부터 기이한 조각품을 만드셨고 아버지의 비싼 조각칼은 주제 없는 나의 장난 같은 조각품의 작업도구가 되었다. 지금도 고향 집엘 가면 아버지의 조각품 몇몇이 있고 아파트 도시 가스 점검을 하시는 분이 와서 '이 특이한 나무는 어디서 났냐'고 하실 정도로 아름다운 분재를 가꾸셨다. 그 물음에 나는 그 나무는 내 나이보다 더 오래 됐을거다 라고 했고 그게 사실이다. 통영 출신인 박경리 선생님은 "충무공이 소집한 조선 기예의 DNA가 통영 사람들에게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고 했다. 나의 고향은 국가적인 상황에 의해서 이루어진 곳이라면 이곳은 예술가들이 스스로 둥지를 튼 공동창작촌이다. 모두가 자신의 꿈을 품에 안고 살수는 없다고 한다. 나는 오래전에 내 꿈을 져버렸지만 왜인지 이곳에서는 그 어릴적 꿈 많았던 시절과 내 고향이 생각 난다고 할까. 나는 이곳에서 잠시동안이였지만 다시 나의 꿈을 꾸었다. 다음에는 화창한 날에 10cm의 아메리카노를 들으며 걷고 싶었던 Art in Ori, 대룡마을.. 

부산에서 가는 길
해운대 역 맞은편 작은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부산 - 울산 방향 버스중 명례 가는 표 구입. 3300원 정도..조금 더 비쌀수도..
버스를 타고 약 40분 정도. 

돌아오는 길
명례수퍼에서 부산 해운대 터미널로 가는 울산 발 버스 표 구입. 
모든 예술가분들에 나의 존경심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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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somdali-photo.tistory.com BlogIcon 솜다리™  2011.05.03 20: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번 찾아볼만한 곳인듯 합니다..
    기장 대룡마을 기억해야겠슴다^^
    • Favicon of https://lovepool.tistory.com BlogIcon Kenny Goodman  2011.05.09 20: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먹거리도 있고, 마을이 공원 처럼 잘 구성되어 있어서 가족 나들이로도 좋을것 같았어요.
      농장 체험하는 곳도 있고..교육적인 면도 있다고 할까요? ㅎㅎ : )
  2. Favicon of http://youngjongtour.tistory.com BlogIcon 악의축  2011.05.03 23: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엇, 숨겨둔 곳인데.. 먼저 다녀오셨군요.

    많이 안 알려진 곳이라..

    저도 갈 생각이였거든요...ㅠㅠ
    • Favicon of https://lovepool.tistory.com BlogIcon Kenny Goodman  2011.05.09 20: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다녀오긴 했는데...날씨가 너무 안좋아서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다음번에 다시 가보려고요. 시간이 그렇게 많이걸리는 곳은 아니니..
      날씨 좋을때 여유롭게 다녀 와 봐야겠어요. : )
  3. Favicon of http://piper.tistory.com BlogIcon Abrellia  2011.05.06 16: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 하나 하나 보면서 막연하게나마 구경보다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 Favicon of https://lovepool.tistory.com BlogIcon Kenny Goodman  2011.05.09 20: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맞아요..저도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어릴때 살던 동네 생각도 나고. 날씨가 별로 좋지 않아서 사진을 제대로 못찍어서 그런데 마을이 더 이쁘답니다. 기와집도 많구요.. 다시 한번 가 봐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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