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가 개천을 한번에 뛰어 건넜다. 호랑이에 경탄한 사람들은 그곳을 범일동이라 부른다. 이름만 들어도 무언가 특별한 것만 같은 곳.. 하지만 많은 골목과 흔히 말하는 달동네를 찾아 보았지만 비탈진 언덕이 아니라도 달동네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곳, 비범할 것만 같은 이름을 가진 그곳에 섬이 하나 있다. 일제시대때 바다였던 곳을 매축하여 군사 시설로 쓰인 곳이라 하며 해방 이후 사람들이 하나 둘 모였고 6.25 땐 피난민들의 안식처가 되었다 한다. 많은 이야기를 안고 있을 그곳, 매립한 땅이라는 뜻인 매축지.. 아이폰 GPS로 위치를 확인하며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다가 이내 GPS 따윈 넣어버리고 진짜 골목을 걸었다.


시간이 멈춘듯한 매축지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알수 없을 정도로 오래된 집에서 부터 그것보다 이후에 지어졌을거라 보여지는 집들까지.. 어릴때 통영엔 일제 시대와 해방 이후에 지어졌다고 하는 건물들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었고, 목공소나 다른 작은 공업단지 또는 주거지로 사람들의 생활 터전이였다. 얼마전 간만에 어릴때 살던 동네와 초등학교를 찾아 갔을때 그 시대의 건물들을 많이 허물었지만 곳곳에 여전히 눈에 띄는 건물들이 남아있었는데 매축지의 곳곳에서 볼수 있던 건물들도 낯설지 않은 느낌이였다. 이전엔 쉽게 볼수 없었던 한명만 겨우 지나갈수 있을 정도의 골목길은 마치 벽으로 등을 대고 붙어야 한명이 지나갈수 있던 해군 함정의 통로를 떠올리게 했고 그러한 골목길의 너비는 매축지를 피부로 와닿게 했다. 

꾸며놓은 공중화장실. 그리고 주변의 벽들.. 왼쪽엔 벽화를 그리고 있었다.


곳곳에서 볼수 있던 공중화장실도 집집마다 개별 화장실도 없어 시에서 마련해 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이곳의 생활을 짐작 할수 있게 해준다. 일반적인 구획으로 따지면 한블럭에 하나씩이라고 할수 있을 것 같았고 방역에 대한 경고문도 빠짐없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반가운 기계..


누가 봐도 오래된 약국.. 하지만 더이상 약을 구입할수는 없다.


존재 자체로 깜짝 놀라게 했던 문화의 집


몇군데에서 발견할수 있었던 벽화


아직은 작업중인듯 했다. 이렇게 구경하고 있으니 할머니 한분이 지나가시며 "잘 그린다"며 나에게 고개를 끄덕이셨다..


부분적으로 재개발을 시작해서 터만 남은 곳도 있었는데 한쪽에선 이렇게 벽화를 그리고 있었다. 묻고 싶은게 몇가지 있었는데 작업에 몰입하고 있던터라 그러지 못해 재개발이 모두 끝나기 전까지 미관을 위해서인지 아니면 남겨질 곳인지 사람들의 발길을 잡을 생각인건지 알수 없었다. 모르겠다.. 사실 매축지에 가는것에 많은 고민을 했다. 인터넷을 통해 찾아 본 느낌은 '내가 가지 말아야 할 곳'이라는 것이였다. 이전에 비슷한 곳 들을 찾았을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 내가 과거를 걷는 듯한 느낌이 아니라 왠지 창너머의 방안을 들여다 보는 것 같다고 할까. 마음을 접고 있다가 재개발이 시작 되었다는 말을 듣고 그래도 모두 잊혀지기 전에 가보는게 낫겠다 싶었는데 매축지에 가기전 먼저 범일동 구름다리에 가서도 이대로 돌아갈지, 아니면 온김에 가 봐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 몇번이고 발걸음을 돌려 골목을 빙글빙글 돌아 그곳에 서 있는 것은 훔쳐 본다는 것.. 이방인으로서 침범한다는 기분. 카메라 셔터를 눌러야 할때마다 주위를 둘러보곤 누군가 있는지 살펴야 했다. 유일하게 마음 놓고 셔터질을 할수 있게 해주었던 범죄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아무도 살지않는 폐가라는 경찰청의 경고문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내가 어릴적 뛰어 놀던 골목은 통영대교의 고가도로 부지가 되었고 산복도로가 되었고, 친구가 살던 일제시대와 해방 이후 건물들이 줄지어 있던 곳은 윤이상 거리의 부지와 도천동 테마파크가 되었다. 그곳이 지금까지 남아있었다면 같은 느낌이였을까. 아직 남아 있는 친구들과 뛰어 놀았던 서피랑이나 동피랑을 보았을땐 사뭇다르다고.. 그렇지 않다고 ... 그것이 나의 발걸음이, 또 마음이 무거웠던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매축지에선 사람들의 발걸음이 없어 걱정하기 보단 오히려 사람들의 발걸음이 많아져 해가 갈까봐 걱정되었다.

이곳이 경계 쯤.. 골목 어디론가로 빠져나가면 닿을수 있을 고층 아파트.


내륙쪽으로는 고가도로가, 비스듬히 경부선 철도가 있고 해안쪽으로는 멀지 않은 곳에 제5부두가 보인다. 일반적으로 생각해 보았을때 누가봐도 좋다고 할만한 지리가 되었을테고 또 그렇게 발전할 수 있었을 것만 같다. 이렇게 바로 옆엔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 있고 문현동 마천루를 올려다 볼수 있다. 무엇이 그렇게 빗겨나간 걸까. 오히려 시간에 갇힌 섬이 될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매축지에 서서 바로 너머의 고층 아파트를 넋 놓고 바라 보고 있으니 이어폰에서 Nell의 '멀어지다'가 흘러 나왔다. 서민의 고달픔과 아픔이나, 국가의 의무 따윈 생각할 이성은 남아있지 않은채 난 그냥 그렇게 한동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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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somdali-photo.tistory.com BlogIcon 솜다리™  2011.03.09 15: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축지에도..벽화를 그리나보내요..
    참 카메라 들기 힘든곳이던데..
    전 화장실보고.. 고개숙이며 좀처럼 카메라들지 못한 곳으로 기억되는군요^^
    • Favicon of https://lovepool.tistory.com BlogIcon Kenny Goodman  2011.03.09 15: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장기적인건지 알수 없었지만 몇군데에벽화가 그러져 있고, 그리고 있더군요.
      카메라 들기가 정말 힘든 곳이였어요.
      왜인지 무언가 잘못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눈치눈치..
  2. Favicon of http://sayhk.tistory.com BlogIcon 아이미슈  2011.03.09 16: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벽화는 우리네 동심의 세계를 찾아주는듯합니다.
    정말 좋은데요.
    • Favicon of https://lovepool.tistory.com BlogIcon Kenny Goodman  2011.03.10 14: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벽화마을 여러곳을 다녀보았는데...괜찮았어요.
      다른 곳과 차이라면..매축지는 같은 느낌이라고 할수는 없었고 섣불리 예상하기 힘들더라구요
  3. Favicon of http://youngjongtour.tistory.com BlogIcon 악의축  2011.03.09 17: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축지........예전 출사지로 이름을 떨쳐서 많은 진사들이 다녀간걸로 알고있습니다. 그 영향이 클겁니다.

    사진기를 들고있는게 죄인이 된....현상...

    부산 리스트에 있는 곳 중 하나인데...저 역시 갈등이 생기네요..최근 생겼다는 닥밭골이나 가야되는건가요..ㅎ
    • Favicon of https://lovepool.tistory.com BlogIcon Kenny Goodman  2011.03.10 14: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인터넷 여기저기 찾아보니 이전에 방송으로 몇번 소개 되기도 해서 그런지 꽤 많은 사람들이 찾았던것 같더군요.
      다른 벽화마을에서도 사진을 찍는 다는게 그렇게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는데 매축지에서는 최고조였던것 같아요.
      그래도 기억속 저편으로 사라지기 전에 가보아야 했다는 것을 변명으로 위안을 하고 있네요..
      닥밭골은 대신동에 친구가 있어서 마음 먹으면 쉽게 갈수 있는 곳이예요.. : )
  4. Favicon of http://rockyou.tistory.com BlogIcon Run192km  2011.03.09 17: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첫번째 사진 멋집니다.
    Final Fight 분위기가 나는군요.. 골목 여기저기서...
    나와봐야 코디의 와리가리에 너넨 끝이얏!!
    • Favicon of https://lovepool.tistory.com BlogIcon Kenny Goodman  2011.03.10 14: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아는 그 파이널 파이트인가요?!
      이얍-! 삼단기리...는 아니구나.ㅋㅋㅋ
      골목이 저렇게 넓지만은 않았네요.
      한명이 겨우 지나다닐수 있는 좁은 곳이 더 많았어요.
  5. Favicon of http://koozistory.tistory.com/ BlogIcon koozijung  2011.03.09 23: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사내용은 이별에 관한 내용이라 포스트와 전혀 안드로메다급이지만 넬의 '멀어지다'를 들으며 이 글을 보면 더 어울릴듯+_+
    • Favicon of https://lovepool.tistory.com BlogIcon Kenny Goodman  2011.03.10 14: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멍때리고 서 있으니....넬의 노래가 나오더라구요..
      한동안 그렇게 서있었죠..허름한 집 지붕 너머에 고층 아파트란걸 보면서..
      묘하더라구요..
  6. Favicon of http://dragonphoto.tistory.com BlogIcon 드래곤  2011.03.10 12: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산에 매축지라는데도 있군요
    잘 보고 갑니다. ^^
    • Favicon of https://lovepool.tistory.com BlogIcon Kenny Goodman  2011.03.10 14: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많이 돌아다니다 보니 알게 된 건데..역사적인 배경 때문인지 부산엔 정말 많은것 같아요. 저런 곳들이 부산의 시초나 마찬가진데 오히려 지금은 뒤로 밀려나 있다는게 아이러니 하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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