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낯설다. 대학을 위해 20여년간 살았던 통영을 떠나와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낯선 곳이다. 부산에 비하면 아주 작은 도시인 통영 또한 여전히 새로운 풍경을 만나고 놀라곤 하는데 부산이 여전히 낯설다는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우연인지..카메라를 구입하고 여기저기 사진을 찍을 계획을 세우던 중 새로운 학기가 시작 되었고 전공 강의의 과제로 나의 카메라와 두 다리가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왔다. 그리고 낯선 부산의 여러가지 얼굴을 들여다 볼수 있는 시간이 단순 취미가 아닌 활동과 성과가 필요한 과제라는 목적의식이 주어져 버렸다. 그리고 그 첫 목적지로 문현동 안동네의 벽화 마을로 정하고 큰 기대를 가지고 버스에 올랐다.

눈에 띄는 파란물통..


안동네는 흔히 말하는 달동네다. 변화가 멈춘곳.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어느순간 시간이 멈추게 되어 주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리고 주변 사람의 변화 또한 따라 가지 못했다. 반면에 너무 많이 변화한 우리는 시간이 멈추어 있는 그곳에 도착하자 마자 '부산에 이런 곳이 있었나'라고 연발 하기 시작했다. 바로 옆에 큰 아파트 단지가 들어 서 있고 고개 너머에 큰 도로와 높게 솟은 건물들이 즐비한데 집과 집 사이가 채 다섯 걸음이 되지 않는 좁은 골목과 슬레이트로 덮어져 있는 사각형의 집들. 아쉽게도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어린 아이들이 뛰쳐 나와 골목대장이라도 가늠하려는 칼싸움을 벌일 것만 같다. 이전에 비슷한 곳에 가본 적이 있다. 소도시인 통영에도 작은 언덕 마을인 동피랑이라는 달 동네가 있고 달 동네에 벽화 마을 조성은 거의 시초라고 한다. 이전엔 아주 어릴때 이후론 친구들과도 지나가던 일이 거의 없던 곳이 되었지만 벽화 마을로 변화한 이후론 많은 관광객이 찾아 온다. 

미국드라마 로스트 룸이나, 맷 데이먼 주연의 영화 컨트롤러가 생각나는 문..


꽃이 피었어요..


사람들은 추억하길 좋아한다. 하지만 그들의 발걸음을 이끌어 내기란 쉽지 않다. 추억이라고 해도 머리가 희끗희끗할 정도의 연령대가 아니라면 정작 소시민의 삶에 불과한 풍경에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어렵다. 여기 이 벽화들은 추억과 사람들의 거리를 좁혀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나와 친구들은 초등학교 코찔찔이 이후 처음으로 동피랑에 올라 보았고 어린 시절 골목길을 드나들었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었다. 왜 그곳이 이렇게 쉽게 기억의 저편으로 흘러가고 있었는지 아무도 알지도 못했고 상기 시켜주지도 않았지만 잊혀져 버릴뻔 했던 기억들은 그렇게 다시 추억이 되었다. 

다정했던 연인들.. 난 한쪽에서 찌그러져 쉬고 있었을 뿐인데..큭


사람들의 발걸음은 변화를 가져온다. 통영의 동피랑도 새로운 테마와 관광 아이템으로 아직 공사 중이고 안동네 또한 마찬가지 였다. 여기 저기 공사의 흔적들... 변화가 멈추었던 것이 사람들에게 잊혀졌다는 것 때문이였을까. 가장 큰 두려움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는 것'이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캠퍼스에도 버젓이 자리잡고 있는 공중전화 부스가 그날따라 너무나 신기했던 것이 전부 달동네와 먼 곳 이라는 선입견에서 온 것이 아니였나 싶다. 바로 우리 이웃에 있고, 항상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위치 하고 있는데 말이다. 달동네에 들어서서 같이 놀란 우리는 20년간 서로 다른 곳에서 자랐지만 같은 추억을 지니고 있나 보다. 
_2009.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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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somdali-photo.tistory.com BlogIcon 솜다리™  2011.03.05 22: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돌산마을..2009년 9월의 모습이군요..
    그곳은 다른 벽화마을과 달리.. 다른 분위기가..
    첨에 그곳에 갔을때 묘지와 함께 텃밭이.. 마당이..
    길가에 비석이..
    부산에 살면서도 참 낯선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던듯 하내요^^
    • Favicon of https://lovepool.tistory.com BlogIcon Kenny Goodman  2011.03.06 19: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가보았던 다른 달동네들 보다 점 더 낙후된 곳이라는 느낌이 오는 곳이였어요. 분위기도 좀 다르고..
      그때 공사중인곳이 많았는데 한달여전에 동생들이 다녀오더니 여전이 공사중이라고 하더라구요...공사 진행이 좀 더딘가봐요. 다른 빌딩 올리는 공사는 광속 마무리던데.. 작은 공사들이 몇년에 걸쳐 이어진다니 의아해지더군요.
    • Favicon of https://lovepool.tistory.com BlogIcon Kenny Goodman  2011.03.08 21: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가보았던 다른 달동네들 보다 더 낙후된 곳이라는 말 취소예요.
      오늘 매축지 다녀왔거든요,,
      거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곳이더군요.
      정말 섬이 아닌가 싶었던...
  2. Favicon of http://rokmc1062.tistory.com BlogIcon 공감공유  2011.03.06 10: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여기에 이런게 이다니.. 전 왜 모르고 그냥 지나쳤을까요....
    통영 정말 좋은 도시에 사시네요. 통영 첫 등장길 너무 감동먹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되있는 곳이 있었구나..

    마치 해외 휴향림을 보는듯 했습니다 ㅎㅎ
    • Favicon of https://lovepool.tistory.com BlogIcon Kenny Goodman  2011.03.06 19: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안동네가 어떻게 보면 해운대 가는 길에 있긴 한데 외곽이라..발길이 잘 안닿는 곳이예요. 비탈진 고개를 넘어가는 곳이기도 하고...
      통영은 요즘 변화하는 속도가 빠른것 같아서..저도 가끔 집에 가면 둘러보고 돌아다니곤 해요. 어딘가 많이 바뀌었던데..다 돌아보기가 힘들더군요. : )
  3. Favicon of http://dragonphoto.tistory.com BlogIcon 드래곤  2011.03.06 13: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통영의 동피랑처럼 부산에서 벽화마을이 있군요
    마을 환경개선에도 좋은 것 같습니다. ^^
    • Favicon of https://lovepool.tistory.com BlogIcon Kenny Goodman  2011.03.06 19: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부산에도 몇군데 있더라구요...
      문현동이랑 해운대 우동, 태극마을은 이미 다녀왔는데
      다른곳도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저때 뭔가 공사중인 곳이 듬성듬성 있었는데 점점 바뀌어 갈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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