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피랑으로 향하는 길..난 반대쪽 우리은행 근처에서 오르고 이쪽으로 내려갔다.


'마이컷네', '원래 내가 니보다 키는 컷다이가..', _영화 '친구'

동피랑이 철거위기의 달동네에서 아름다운 벽화 마을로 이미지 변신하고 잘나가자 친구 서피랑은 그를 질투한다. 왜란시대의 봉화 북포루의 오른팔과 왼팔이였던 한때는 잘나가던 동피랑과 서피랑의 운명은 기구하다. 동피랑은 낙후된 가옥들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 달동네였고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계획으로 재개발 되어 사라질 처지였다. 물론 지금도 아파트 단지 건립 계획이 완벽하게 무산된건 아니라지만 현재의 동피랑은 새로운 색깔을 입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되었다. 그리고 그 정상에 있던 봉화도 복원하기 위해 몇몇 집을 허물고 공사중이다. 

화려한 새 옷을 입은 동피랑.


서피랑의 뒤편..멀리 충렬사와 충렬초등학교가 보인다.


서피랑은 말하기가 더욱 조심스럽다. 서피랑 언덕 줄기 아래에 저편엔 세병관이 있고 돌아서 넘어가면 충렬사가 있다. 언덕 아래를 애워싸고 있는 집들도 동피랑에 비하면 더 세련되어 보이는 곳이다. 하지만 이곳엔 말하지 못한..말하기 부끄러운 비밀이 있다. 동피랑은 항구에 인접해있어 비교적 사람들이 드나들기 쉽지만 서피랑의 한쪽 구석은 사람들의 발길이 쉽게 닿지 않는 곳이다. 그래서 그 옛날 어느 순간 하나 둘씩 생겨나기 시작했고, 내가 초등학교 시절 어느땐가 매춘이 법적으로 금지되면서 없어졌다고 하는..말로만 들었던 야막골..통영의 집장촌이 있던 곳...서피랑의 한편엔 지금은 없어졌지만 폐허로만 남아있는 통영의 씻어내려 하는 과거가 남아있다. 어떻게 그렇게 어린 아이들 귀에까지 들어왔는지 모르지만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던 무용담 처럼 '이렇고 저렇다', '어디어디에 있다더라', 그 이야기는 그렇게 입에서 입으로 돌고 돌았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작은 도시에, 이전에는 더 작았을 동네에 그런곳이 있었다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다. 세상 참 좁다하는데 이렇게 좁은 동네에서..그들은 내가 서있는 그곳에서 얼마나 마주쳤을까. 그들만의 세상.. 그 부끄러운 비밀을 알고 있는 곳이 서피랑이다.

그들은 이 창 너머에 있을 아가씨들을 보며 기웃기웃 거렸을거다.


다른곳에 비해 유달리 큰 창이 있는 문들이 내부를 드러내고 있는 집들이 줄지어 있다. 바로 앞엔 마을과 충렬사와 충렬 초등학교가 멀리 내려다 보인다. 이렇게 전망이 좋은데...발로 찾기는 힘든 비탈길 구석이라지만 그들은 모두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이곳을 찾은 이들 또한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을 곳이라 여겼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실 그들은 어느 곳보다 더 잘 볼수 있는 곳이였다. 

난 반대로 이길을 돌아 내려왔다. 그리고 폐허가 되어 난장판인 내부.


눈에 띄게 큰 창...인지 문인지 모를 정도..


바로 밑으로 내려가는 것보다 처음 보는 길로 돌아가보았다. 멀리 통영 대교 아치가 보인다. 난 어릴때 저 언덕 너머 통영대교에 닿는 곳에 살았었는데..


소문으로만 듣다가 잘나가는 동피랑 처럼 서피랑도 달래준다고 정상에 봉화 복원 사업을 하고 있고 재개발을 할거라는 말을 듣고 새 모습이 되기 전에 한번 가보자는 생각에 이제야 거길 찾아가 보았다. 사실 강구엔에서 올려다 보았을때 정상에 뭔가 있기에 이미 완공 된줄 알았더니 직접 가보고서야 아직 공사중이란걸 알았다. 아쉽게 그 뒤를 돌아서 목적지로 향했었다. 막상 가보곤 어릴때 친구 몇몇도 바로 근처에서 살고 있었는데..비탈길 바로 옆인데..난 뭣도 모르고 바로 옆에서 친구들과 다방구를 하면서 골목을 쏘다니고 놀았던 거였다. 생각해보면 언덕 높은 길을 올라서 도망 다닐때도 반대쪽으론 많이 갔는데 이쪽 방향으로 올라온 기억은 없는것 같다. 한끝 차이 였지만 다행이랄까. 

폐가만 남은 그곳에 소문으로 들었던 아이들이 찾아 흔적을 남겨 놓은것 같다. 아마 이제 꽤 자라 나와 비슷할지도 모른다.


돌고돌고 구불구불..오르막 오르막..이렇게 올라갔으니 반대로 돌고돌고 구불구불 내리막 내리막으로 내려간다.


항남동인지 중앙동인지 암튼 그곳의 우리은행 근처의 오르막 골목으로 올라가 한바퀴 빙 돌아서 갔었는데..올라온 만큼 다시 그렇게 돌아서 내려 가보니 출구는 항남 1번가 골목으로 이어져 있었다. 정확하게 올라온 길로 내려간건 아니지만 바로 옆의 거의 원점으로 내려간 거나 마찬가지였다. 많이 지나다니고 수백번도 넘게 보았을 골목인데 한번도 가본적은 없는 길이라 이렇게 통해서 이어진다는게 신기하기도 했다.
직접 가본 그곳은 생각보다 꽤 규모가 있었던 것 같아 보였고, 흔적으로 짐작하여 '나름 큰 상권이였네', 라고 하던 친구 말 처럼 한때 수 많은 욕망을 사고 팔던 부끄러움이 남아있는 곳이다. 그리고 이제 그 부끄러움을 지우려고 한다. 폐가들엔 페인트 라카로 모두 번호가 적혀져 있고 철거를 기다리고 있는것 같았다. 하지만 그 부끄러움이 모두 지워지기 위해서는 또 그만큼의 세월이 지나야 할것이다. 적어도 사라진 뒤에도 찾아 올라 외설적인 낙서를 하고 간 아이들이 세월에 모두 잊혀질때 까지는.. 그리고 서피랑이라는 이름 또한 더 아름다워 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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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youngjongtour.tistory.com BlogIcon 악의축  2011.03.02 16: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피랑의 손쉬운 몰락이 바로 충무에 아니 통영에 티켓이라는 새로운 신종 유흥의 메카가 되는 계기가 되었지요.

    변신이야기는 4년전부터 나왔는데 아직도 행정적인 문제로 잡음이 이는걸 보면 통피랑의 단계별 발전이 완료된 후 설계에 들어갈수도 있겠어요.
    • Favicon of https://lovepool.tistory.com BlogIcon Kenny Goodman  2011.03.02 17: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지금이 거의 철거 초읽기 인것 같던데..
      아직까지 정상에 봉화만 복원중인걸 보면 저곳은 한참 뒤일것 같아요.
      봉화가 먼저 올라간걸 보니 뭔가 반대로 된 듯한 느낌이 들더라구요..저곳부터 먼저 시작하고 봉화가 아닌가 싶었는데..
      철거 이후 어떤식으로 바꿀지에 대한 계획이 확실히 있는지도 알수도 없고 말이죠.
  2. Favicon of http://daydreambeliever.tistory.com BlogIcon 아브란  2011.03.04 00: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동피랑만 알았는데 서피랑도 있었군요.. 서피랑 전망도 꽤 좋아보이는데 그런(?) 것들이 있었다니.. 그래서 동피랑만큼 유명해질 수 없었던 걸까요? 사진 잘 보고 갑니다, 다음에 통영에 또 가게 되면 서피랑에도 한번 가봐야겠어요..^^
    • Favicon of https://lovepool.tistory.com BlogIcon Kenny Goodman  2011.03.04 02: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서피랑에 오르면 동피랑에서 부터 운하에 이르는 물길쪽의 전망을 볼수 있어요. 더 멀리 내려다 보는 느낌이 동피랑 보다 괜찮았던것 같습니다. 그 느낌은 둘다 북포루의 전망엔 비할수 없겠지만 북포루는 더 높아서 그만큼 귀찮거든요 ㅎㅎ : )
      정상 부분은 공사가 거의 끝나가는것 같고 그 주위의 길은 한창 공사중이던데 제가 올라간 길보다 옆쪽의 큰길로 더 완만하게 돌아가서 오를수 있을것 같아 보였어요. 다음번에 가실때쯤엔 완공 되어서 완전한 모습이였으면 좋겠네요..
  3. Favicon of https://somdali-photo.tistory.com BlogIcon 솜다리™  2011.03.08 01: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동피랑이 있으면 서피랑도 있겠죠..
    아직 동피랑도 못 가본터라..
    덕분에 좋은 구경합니다^^
    • Favicon of https://lovepool.tistory.com BlogIcon Kenny Goodman  2011.03.08 11: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동피랑과 서피랑은 쌍둥이 같지만 다른 두 모습이였어요.. 어릴때 추억도 있고 해서 조금 색달랐던것 같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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