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빨인거 알잖아. 직접 보면 다른거.."
호주에 있던 친구에게 '나도 호주가면 여기저기 가보고 사진 찍고 싶고..' 그랬을때 친구가 했던 말이다. 사실 사진, 카메라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실제로 보면 달라요' 라는 말은 자주 볼수 있던 말이기도 했다. 하지만 친구에게도 그랬듯이 사진빨이고 누가 찍어 놓은 사진이 이쁘다는게 중요한것이 아니라 단지 '내가 보고 싶고, 나의 발로 직접 밟고 싶고, 나의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는 마음이다. 나와 누구의 카메라와 렌즈, 후보정이 얼마나 왜곡을 시켰을지는 모르지만 내가 걷는 순간, 그곳에 있는 순간 순간을 그리워 한다. 별거 아닌데..그냥 이게 어디론가 가고 싶다는 이유다.

어릴때 살던 동네는 통영에서도 꽤나 특이한 지역이라고도 할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운하가 흐르고 있고, 그 밑으로는 해저터널, 그 위로는 충무교가 있었다. 해저터널 근처에는 유적지 중 하나인 '착량묘'도 있었지만 운하나 해저터널이나 충무교나 착량묘나 할것 없이 어린 친구들에겐 그저 놀이터였다. 적어도 나에겐 그렇지만 실제로는 별거 없다. 이게 다다. 이전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서 보고 그러했고 앞으로도 그럴거다. '해저터널과 운하는 일제시대때 어쩌고 저쩌고 착량묘는 이순신 장군을 모시는 사찰로 ...', 어떤 수식어를 달아도 똑 같을 거다.
'해저터널엔 아무것도 없고 물 밖도 보이지 않고 그냥 물속을 걷는 기분인거네요'. 고등학교땐가 근처에 있다가 어느분에게 해저터널 위치를 가르쳐 드리고 설명을 해드리니 그 분이 하셨던 말씀이다. 모르겠다..난 어릴때 부터 봐왔던 거라 그게 당연했던 것이고 일제시대에 지어진 해저터널에 아쿠아리움 같은 느낌이 있을리가 없으니..왠지 모를 기대감은 원래 부터 없었다.

너머엔 무언가,,누군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세월이라는 누군가가..


"그냥 계단뿐이더라", 누군가 중앙동 40계단을 갔다 오곤 그랬다. 
원래 성격이 독특해서 그런지 난 의미 하나에 굉장히 몰입한다. 8년전 40계단을 처음 갔을땐 영화 '인정사정 볼것 없다' 에서 살인이 일어난 곳이라는 의미 하나만 가지고 찾아 갔었다. 그리고 그 보잘것 없는 의미 하나, 그곳을 직접 보고 올라보았다는 기분과 만족감은 나에겐 너무나 과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7년 후, 작년엔 세관에 견학을 갈 일이 있어서 중앙동에 가야 했었는데 7년전에 가 보았던 40계단을 다시 가보기 위해 일정보다 더 빨리 도착했다. 그저 '영화에서 보았던 곳을 7년전에 내가 직접 찾아 왔던 곳'이라는 의미 하나 때문에.. 이전의 나를 떠올리며 이제 문화 공간으로 바뀐 40계단에서 추운 아침 얼어 붙어가는 두 손으로 셔터를 눌렀다. 지난 달엔 더 개인적인 일로 40계단을 찾았다. 그리고 40계단을 올라 근처에 '40계단 문화관'이 있다는걸 알곤 그곳으로 향했다. 문화관 문을 열고 들어설때까지 몰랐다. 40계단엔 그렇게 많은 의미가 있는지..

이전엔 살기에 척박했다던 부산이 일제시대때 개간과 6.25 전쟁 중 피난민들이 정착하고 임시수도가 되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는건 이전에도 부산근대역사관, 세관 박물관을 통해 알고 있었다. 문화관에서 처음 알게 된건 피난민들이 중앙동 일대에서 난민촌을 형성했던 중심이 40계단이라는 것이다. 수많은 난민들이 판자촌으로 부대끼며 생필품을 팔아가면서 근근히 살아갔던곳, 이전에 40계단의 화재로 소실되서 내가 이제껏 보아왔던 현재의 40계단은 20여 미터 옆으로 옮겨서 복원한 곳이라고 한다. 몇년전에 불편하고 미관도 해친다며 40계단을 철거 하자는 이야기가 있던 뉴스를 본 기억이 난다. 이전에 세관 박물관에 방문했을때 관장님께서 해방 이후 부산에 있던 수많은 왜관을 다 폐쇄하고 철거 했으나 현재 일본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 복원 할 예정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40계단 문화관에서 또한 이전에 낡고 필요없어진 도개교로 높이가 높은 선박이 지나갈때면 다리를 들어 올렸다 내렸다 했던 영도다리를 복원 할 계획에 있다고 하셨다. 의미가 없다고 버렸던 것들을 이제 그 필요성을 느끼고 다시 기억하려 한다. 나는 참 아이러니한 현재를 살고 있나 보다. 

바로 옆엔 당시 피난민들이 먹던 음식도 모형으로 만들어 놓았다. 익숙한 음식들도 있고..꿀꿀이죽 같은 음식도 있고,,



이전 40계단의 실제 모습.


문화관엔 들어서기 전까진 상상도 못했던 이야기들과 전시품으로 가득했다. 그냥 '계단에 왠 문화관까지 있을까, 영화나 예술 이야긴가?' 등 솔직히 별기대조차 하지 않았다는게 맞을 것 같다. 알고보니 40계단은 중앙동의 상징이고, 40계단 문화관은 중앙동 문화관이다. 이곳엔 중앙동과 부산의 역사 우리나라 역사를 총 망라 해놓았다. 문화관을 나온 나에게 40계단은 이제 그저 영화에서 본 '계단'이 아니라 '중앙동의 역사', 부산의 역사이자 우리나라의 역사가 있는 곳이다. 그리고 나는 그 계단을 밟으며 세월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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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photostory.tistory.com BlogIcon S마이스토리  2011.02.21 19: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산에도 저런곳이 있었네요...잘보고갑니다^^
  2. Favicon of http://cbdok.tistory.com BlogIcon 명태랑 짜오기  2011.02.21 21: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귀중한 자료군요. 옛날 모습 그땐 참 어려웠지요. 자주 들릴께요
  3. Favicon of http://rockyou.tistory.com BlogIcon Run 192Km  2011.02.22 14: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저기가 그 곳이군요..호오..

    전 딱 보고선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 이 떠올랐습니다.-_-;;
  4. Favicon of http://sksrkdgkek11.tistory.com BlogIcon 철벽  2011.02.23 08: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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