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 그것은 곧 겸손, 그것을 나누다..


어릴때 통영엔 '개미 서점' 이라는 중고 헌 책을 파는 서점이 있었다. 만화책, 교과서, 소설이나 각종 잡지까지 어린 나아겐 없는게 없는 서점이였다. 서점 바닥은 온통 책으로 뒤덥혀 있고 빽빽한 책장 위에도 곧 떨어지지나 않을까 걱정스러울 정도로 쌓여 있었다. 쌓여 있는 책 속에서 행여나 내가 원하는 책이 있을까, 레어가 있을까 수도 없이 들었다 놓았다 했고 좁은 책장 사이에서 혹 뒤로 누가 지나갈까 꼿꼿하게 서서 페이지를 넘기곤 했다. 학기가 끝나면 그땐 꽤 비쌌던 전과를 친구들과 함께 가서 팔았고 또 새학년이 되면 사기도 했다. 하지만 어린시절 그 어느것 보다 훌륭한 책은 정가 2500~3000원이였던 만화책이였다. 친구들과 몰려가서 서점을 한번 뒤집어 놓으면 내 방 만화책 모음엔 없거나 그 중에 빠져있는 것을 운좋게 구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때 어느샌가 책 대여점이 한두군데 들어서기 시작했고 친구들은 하나 둘씩 책 대여점으로 모였다. 약속을 정해도 '책 대여점에서 몇시에 보자'고 했다. 이제 개미 서점은 더 이상 책을 사는 곳이 아니였고 책을 가지고 가서 파는 곳이 되었다. 정말 구하기 힘들거나 구하고 싶었던 책이 있다면 모를까 .. 

중학생일적인가..고등학생일적 언젠가...이전에 보았던 무협지가 다시 보고 싶었다. 지금도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당연한 듯이 개미 서점을 찾았다. 똑 같은것 같으면서도 어릴때 기억과 사뭇다른 그곳에서서 한참을 뒤적였다. 사실 책을 구입해야 한다는 생각은 뒷전으로 밀려났고 나의 기억과 조금씩 비교 하고 있었던것 같다. 그리고 아마...전역한 뒤였을 거다. 뭘 사겠다고 갔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다시 개미 서점을 찾았다. 이전 보다 조금 옆으로 옮겼었고 규모도 더 작아져 있었다. 사람이 늙어 가듯이 왠지 세월의 풍파에 이겨내지 못하고 있는것 같았다. 이제 남은 책들을 정리하고 곧 문을 닫을 거라는 주인분 말씀이 기억난다. 

헌책방은 진화하고 있다..

 
언젠가 부터 책들을 되팔지 않았다. 개미 서점에 자주 들르지 않게 되었던게 아마 책 대여점이 들어서서가 아니라 그것 때문이였을 거다. 책이 더 이상 필요 없을것 같아서 가져다 팔고 집에 돌아오면 매번 허전한 느낌이 들었고 그게 싫었다. 책에도 정이 들어서 일까.. 수백장씩 책장을 넘기면서 나의 손에 책의 때가 뭍고 읽다 지쳐 책과 같이 잠들면서 정이 들었나보다. 휴학중일때 내 그 정을 못잊어 어릴때 읽고 팔았던 책, 끝없는 이야기와 모모를 새책이나마 다시 구입했었다. 그땐 분명 필요에 의해서 팔았고 또 다른 책을 구입했을 거라 생각하지만 어디에선가 나의 책들을 다시 찾고 싶은 정이 살아남아 있다. 

누군가는 필요에 의해서 팔고 필요에 의해서 산다. 얼마전 이승기가 출연한 모 방송에서 보수동 책방 골목을 찾았을때 어느 서점의 주인분과 요즘 책이 잘 안팔리지 않냐는 이야기가 오가는 중 그분이 하신 말씀이 기억 난다.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새책이 많이 팔려야 헌책도 많이 팔리지.." 대충 이런 말이 였다. 내가 어릴때 부터 가을이 되면 꾸준히 들어왔던 말이 '독서의 계절'이지만 반면에 항상 외국의 독서량과 국내의 독서량을 비교한 수치였다. 언제나 꾸준히 형편 없었던 수치는 20여년이 지난 현재도 마찬가지일 거다. 이전에 내가 자주 가는 한 사이트에서 있었던 일인데 어느 분이 A4용지 한장도 채 안되는 반 조금 넘을까 하는 글을 올렸다. 댓글중에 눈에 띄었던 건 '스크롤의 압박'이였나 '너무 길어서 못읽었다' 였나 .. 아무튼 그런 뉘앙스의 글이 있었고 다른 어떤분이 '이게 긴 글인건가. 요즘 사람들이 얼마나 글을 안 읽는지 알 것 같다.' 의 댓글을 남겼다. 그냥 놀이터가 된 요즘 인터넷의 한 모습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도 틀린 말은 아닐거라 생각한다.(게다가 나름 진지한 곳이다 그 사이트는..) 나름 진지하다고 한다는 여느 블로그의 댓글을 봐도 본문에 있는 걸 다시 찾기도 하고 동문서답인 경우도 많다. 보수동 책방 골목도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작아졌고 TV에 나왔던 주인분의 말을 떠올려 보면 더더욱 그렇다.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보수동 책방골목 문화관' 에 있는 북카페. 내 방도 이랬으면..


어린 시절 부지런하고 알뜰함의 상징이였던 개미는 이제 단타로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개인 투자자가 되었다. 내가 어릴때 알던 개미는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건지..적응한건지...아무튼 변화에 뒤쳐지면 살아남을 수 없다. 보수동 책방 골목도 마찬가지다.(요즘은 베짱이도 마찬가지다.) 입구에 책을 찾는 손님을 배려에 작은 의자를 마련해 놓고 옛 모습을 간직한채 남아있는 책방도 있지만 보유한 책을 강점으로 깔끔한 북카페로 변신한 곳, DIY 카페도 있었다. 헌책방은 이제 더 이상 내가 어릴때 그랬던 것 처럼 그냥 필요하지 않아 팔고 또 필요한 것을 사는 곳만이 아니다. 손을 거쳐왔다는 이유로 얄미운 책들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들도 한때는 다른 누군가의 사랑이였다. 새책도 분명 많이 읽어야 한다. 불과 1~2년전만해도 온라인 서점의 회원등급에서 나름 상위에 랭크 되어있었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없는 회색빛인걸 보면 그동안 '책과는 담을 쌓았구나'라는 걸 느낀다. 아직, 경제적으로 독립한 것도 아니고 그렇게 넉넉한 편도 아니라 행여나 가벼운 지갑으로도 내 손에 잡힐 여러권을 구입할수 있을까 싶어 조만간 다시 찾으려 한다. 어릴때 내 정을 듬뿍 주었던 책들도 있는지 구경 할겸..

추- 호주에 간 친구 개미야 몸 건강히 잘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쪼록 별탈없이 잘 지내고 돌아와라. 난 취업해야 해야 하는데 이시간에 뭐하는 건지..

2011/01/20 23:27 from 이글루스 블로그 to 티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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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heart-factory.tistory.com BlogIcon 버라잉어티한 김군  2011.02.14 23: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보수동 많이 갔었는데- 책방골목 문화관은 한번도 안들려 봤어요~ 한번 들려봐야겠네요~ㅎ
    예쁘다~ㅎ
    • Favicon of https://lovepool.tistory.com BlogIcon Kenny Goodman  2011.02.15 18: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문화관 좋더라구요. 지금은 사진에 있는 층인 북카페만 개방하고 있고 다른 층은 준비중인데 스카이라운지도 생길건가 봅니다.
      북카페는 너무 이쁘더군요. 편안하고.. 정말 책이 읽고 싶어지는 분위기였어요..
  2. Favicon of http://babyenglish.tistory.com BlogIcon 조영민  2011.02.15 00: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요즘은 독서와 조금 멀어진 삶을 살게 된 것 같아서 자극제가 되네요.
    헌책방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집어 들었을 때의 그 느낌!
    이제는 그런 소소한 기쁨을 누리는 것도 하나의 추억으로 묻혀버리겠군요.
    • Favicon of https://lovepool.tistory.com BlogIcon Kenny Goodman  2011.02.15 18: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요즘 구매는 고사하고 제대로 책을 읽어 본 기억이 없어요.. 학과 관련 해서 매거진을 사놓은것도 거의 그대로 방치 상태고... 뭔가 심각해요;;
      책방 골목 서점이 흔히 말하는 내용없는 그런곳도 많긴 했는데.. 정말 마음에 들고 괜찮은 곳도 많았어요. 조만간 다시 가서 책을 구입해 오려구요.. 그리고 많이 읽어야 할것 같네요 : )
  3. Favicon of https://somdali-photo.tistory.com BlogIcon 솜다리™  2011.02.18 18: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친근한 풍경이다 싶었더니.... 보수동책방골목이내요^^
    • Favicon of https://lovepool.tistory.com BlogIcon Kenny Goodman  2011.03.31 20: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매번 근처를 지나치기만 했는데, 클럽 활동의 하나로 한번 다녀왔었어요. 이후에도 가보고 책도 보고 그랬는데 중고가라는게 좀 애매하긴 하더라구요..
      댓글을 이제야 봤네요..;;;
  4. Favicon of https://rapper1229.tistory.com BlogIcon tasha♡  2011.03.31 15: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에 티비에서 봤던 곳이네요.
    부산에 가게 되면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부산엔 몇 번이나 갔었는데 이곳엔 못 갔네요.
    • Favicon of https://lovepool.tistory.com BlogIcon Kenny Goodman  2011.03.31 20: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남포동 근처에 있어서 부산에 오시면 남포동 구경하시면서 책방 골목도 둘러보는 코스로 하시면 될거예요.
      다른 분들 말씀으로는 예전보다 규모가 많이 작아졌다고 하더군요.
      북카페도 있고 조용하게 시간도 보낼수 있어서 괜찮은것 같아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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