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란 과거 경험의 흔적이며 우리는 기억으로 과거를 기록하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것을 '현재'에 참조하려 하고 그에 영향을 미친다. 허나 내가 가진 기억들이 그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겠지만, 기억 한편에 잠들어 있는 기억들은 내가 모르는 사이에 하나 둘씩 깨어나 교감신경을 자극한다. 난 이미 잊었는지도 모르지만, 혹은 잊었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날 잠든 나의 머릿속을 찾아 오는건 내가 잊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그것, 바로 그때의 기억이다. 꿈은 현실과 무의식을 반영한다고 하지만 때론 일관성 있지도 않고, 등장하는 인물간의 연관성도 적다. 내게 가끔씩 찾아오는 기억 또한 그러하고 현재와 과거의 기억이, 그 시절의 과거와 그 이후의 과거가 뒤죽박죽 되어서 나타난 것 일거다.

지난 달, 6월 말쯤 밤 늦은 시간에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낯익은 풍경에 무의식적으로 버튼을 누르던 손가락을 멈추게 되었다. 경남 통영, 어릴땐 충무였지만 내가 20년 넘게 살았던..몸은 떠나 있더라도 아직 등본상의 주소지는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그곳에 사는 것이겠지만 어쨋든 과거형으로 말할 수 있다. 어릴때도 그랬지만 통영은 여전히 작은 소도시고 갯내음이 코를 감싸는 곳이다. 게다가 난 아주 어릴때 작은 섬에 살았었다. 작년에 여름을 맞이 해서 친구들과 놀러간 적이 있었는데 어릴땐 모든 세상을 가졌을 법했던 그곳이 그저 작은 언덕에서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임을 알았다. 지금은 모두가 흩어져 소원해진 사이가 되었지만 작은 집에서 북적댓던 가족들, 내가 유치원 시절 간식으로 먹었던 과자, 요구르트와 삶은 계란을 기억하고 진주에서 통영까지 오셨던 여선생님도 기억났다, 한다. 젊으셨을 나이셨고..멀리, 그리고 섬까지 쉽지 않은 일일진데 어찌보면 대단하다고 할수 있지 않을까. 선생님이 주말인지, 잠시 진주로 돌아갈때면 배가 떠나 닿는 건너편 육지가 바로 진주인줄 알았던 바보 같던 그때가 있었다. 언젠가 부터 문득 궁금했었던 것이 언제부터 그곳에 살게 되었을까에 대한 것이였다. 그곳엔 고조부모님의 산소가 있고 내가 태어났고 난 그때 부터 존재 했던 사람이니 그 이전의 자취가 궁금했다. 우연히 본 문서(?!)에서 원래 주소가 창원이라고 되어있던 것을 본 기억이 있는데 할아버지깨서 6.25 참전용사시니 전쟁중에 내려온건지, 그것조차 정확하지 않으며 답은 물어 보지 않고는 알길이 없다.

가끔 행복한 밤을 보냈다고 느낄때면 옛 친구들이 잔뜩 출연한 꿈을 꾸었을때다. 여전히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대부분의 친구들이 아직 연락이 되고 친하게 지내지만, 아쉽게 그렇지 못한 친구들을 생각하면 그만큼 즐거운 일이 없고 실없는 웃음을 띄며 잠에서 깬다. 웃긴건 위로는 충무교와 통영대교, 아래로는 통영운하, 밑으로 해저터널이 있던 곳에 더 오래 살았지만 더 어릴때 살았던 그곳에서 모든 친구들과 어울려 있으며 어색하지 않은 듯하게 진행되는 별난 스토리라는 것이다. 때로는 낯선 장소에 있다가도 자리를 옮기면 다시 그곳이 배경이 되기도 하니 신기한 일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 내가 자연스레 잊었던, 잊었다고 생각했던 그곳이 현실은 아니지만 나의 의식속에나마 나의 모든 친구들이 어울릴수 있는 곳이 되었고 여전히 평화로우며 잔잔한 즐거움이 있는 곳이 되었다. 내가 코찔찔이 시절에 살았던 섬은 아니지만 여행에 관한 사진이 많은 사이트엔 소매물도는 꼭 찾아 볼수 있고, 최근엔 흔히 말하는 달동네 담벼락에 그림을 그려놓은 동피랑이나 다른 곳곳의 사진을 쉽게 찾아 볼수 있다. 그리고 나는 그리 먼 곳에 사는것도 아니면서 그 사진들을 하나둘 넘겨보고 있다. 또 동시에 나의 기억도 다시 되새겨 보는게 아닐까. 어쩌면 내가 잊어 버리고 있었던 기억이라는 작은 흔적들이 나의 머릿속이 아니라 나의 가슴속에 그리움으로 남아 사무쳐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들 가슴 속에
텅텅 빈 바다 하나씩 있다

사람들 가슴 속에
깊게 사무치는 노래 하나씩 있다

늙은 돌배나무 뒤틀어진 그림자 있다

- 김사인 <깊이 묻다> 중..

KBS 영상포엠, 내 마음의 여행, 그리움이 깃든 섬들. 너 좀 짱인듯. ㅜㅜ

'Weird Fish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나.  (2) 2008.08.24
신호와 레벨.  (0) 2008.08.07
그리움이 깃든 섬들.  (2) 2008.07.30
Gravity  (4) 2008.06.01
이해..  (4) 2008.05.29
time flies.  (11) 2008.02.02
  1. Favicon of http://kshdangoon.egloos.com BlogIcon 낭만여객  2008.08.08 16: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래가 참 좋네요 +_+ 제목점 ㅎㅎㅎ

    전 아직도 학생이던 시절의 꿈을 꿉니다. 교실 어딘가에서 기억속의 사람들이 뒤섞여 안자 있던 가운데에서는, 아직도 제가 그 시절에 아쉬움을 가지고 있던가 의아해하곤 해요.
  2. Favicon of http://lovepool.egloos.com BlogIcon lovepool  2008.09.20 02: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문득 너무 그리워하고 있는게 아닌지 모르겠네요. 전 평소 지나온 시간들이 그립지 않다고 말하고 살았는데 말이죠. 전 속과 겉이 다른지도;

    노래는 The Devlins이라는 아일랜드 밴드의 There is a light 입니다.
open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