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성 칼럼 2006-02-28 13:18]

아드보카트, 포백 전환 3가지 이유는

전제로 짚을 문제가 있다. 현 스리백 포백 논쟁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와 상대의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 시스템이다. 절대적으로 우선하는 시스템은 없다. 우리 팀의 인적 구성과 상대의 전술,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 가능해야 한다. 역대 최강의 팀 중 하나로 꼽히는 1970년 월드컵 우승국 브라질의 시스템을 채용한다고 강해질 수는 없지 않은가.

특히 아(我)의 인적 구성이 중요하다. 최적의 전력을 구축하기 위해 어떤 형태의 골격을 세울 것인가의 핵심은 보유 선수의 능력과 특징이다. 제아무리 뛰어난 시스템이라고 하더라도 이해하고 소화할 선수가 없다면 무의미하다. 사람을 옷에 맞출 수는 없다. 옷을 사람에 맞춰야 하는 이치와 같다. 때문에 시스템의 생명력은 유동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3명이냐 4명이냐 식의 숫자에 매몰되거나 스리백과 포백의 흑백을 가르는 결정론적인 인식과 이분법적 주장이 아쉬운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대표팀이 오랫동안 스리백을 유지한 것도 인적 구성에 따른 선택이었다. 스리백의 기본 구성은 한 명의 스위퍼를 중앙에 두고 좌우에 스토퍼를 포진 시키는 형태다. 2명의 스토퍼는 상대 공격수를 전담마크하고 스위퍼는 뒤에 처져 뚫렸을 경우를 대비하거나 좌우를 오가며 커버플레이를 한다. 때문에 스위퍼는 리더십이 강하고 전방위적인 수비능력을 필요로 한다.

우리가 90년대를 관통, 오랜 세월 스리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홍명보라는 세계적인 스위퍼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의 스위퍼 시스템과 맨투맨 방식 수비의 세계적 유행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간과해서는 안 되지만 홍명보라는 존재가 한국식 스리백의 생명력과 경쟁력을 높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선수’ 홍명보는 없다. 세계 축구의 흐름이라는 측면에서 시대는 참으로 많이 변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선택은 어떠해야 하는가.

시스템 발전사 측면에서 보면 스리백에 비해 포백이 진일보한 형태다. 현대축구의 특징 중 하나가 속도와 공간의 다툼이다. 공간을 내주지 않기 위해 압박을 하고 신속히 압박하기 위해 좀 더 빠른 스피드를 요구한다. 여기서 말하는 속도는 선수 개인이 아닌 팀 전체의 흐름을 뜻한다.

선수 개인 능력에서 팀플레이 위주로 전술의 중심이 이동됐다. 자연스레 수비방법도 특정 공격수를 막는 맨마킹 위주에서 공격을 시도할 수 있는 공간 자체를 내주지 않는 지역방어 형태로 진화했다. 오프사이드 트랩 강화가 한 예다. 맨투맨 중심의 스리백에서 존디펜스 위주의 포백 시스템으로 흐름이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측면 플레이를 강화하기 위한 형태다. 허리진영에서의 압박 다툼이 치열하다. 때문에 패스를 하거나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협소하다. 상대적으로 압박이 덜한 터치라인 부근에서 플레이가 활발히 전개될 수밖에 없다. 포백라인의 좌우 풀백은 수비는 물론 적극적인 공격가담을 펼친다. 그 무대가 터치라인 부근이다.

유동성 또한 포백을 선호하게끔 하는 이유다. 경기 중 일어나는 상황은 크게 4가지다. 공격, 수비, 공격에서 수비전환, 수비에서 공격전환이다. 전술은 4가지 상황에 대한 대비와 약속이다. 4가지 안에서도 경기를 치르다 보면 셀 수 없이 많은 상황이 발생한다. 선수와 감독은 돌발적인 상황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스리백에 비해 포백이 임기응변에 용이하다. 상대적으로 스리백 3명의 수비수는 후방에 고정돼 있는 반면 포백은 상황에 따라 일부의 공격 방향으로의 포지션 이동 등이 자유롭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6주간의 해외전지훈련을 통해 포백으로의 전환이라는 카드를 빼들었다. 아랍에미리트연합과의 경기를 제외하고는 모든 경기를 포백으로 소화했다. 전체 시스템을 살피면 4-3-3 시스템의 변형인 4-1-2-3, 4-2-1-3의 혼합이었다. 미드필드진영의 차이는 원 보란치와 투 보란치 시스템 때문이다.

미국 전지훈련에서 만난 아드보카트 감독은 “상대에 따라 대응 방식이 달라져야 하기에 포백을 실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리백은 경기 중 변화를 주기 어렵다” “좀 더 공격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원한다”고 포백 전환의 이유를 덧붙였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포백 전환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우선 익숙한 시스템이라는 점이다. 네덜란드 대표팀과 아약스, 레인저스 등의 클럽을 지도하며 채용한 것이 포백 시스템이다.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수비 시스템인 것이다. 두 번째로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세계 축구 흐름에 부합한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축구 전술의 특징 3요소로 꼽히는 보다 강한 압박, 최후방 수비라인의 전진배치, 돌발변수에 대한 창의적 플레이를 소화해내기 위해서는 포백이 적합하다고 본다. 히딩크, 쿠엘류에 이어 아드보카트 감독까지 한국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외국인 지도자들이 포백으로의 전환을 시도한 흐름과 무관치 않다. 독일월드컵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2006월드컵 우승을 위한 기적의 포메이션’도 포백을 근간으로 하는 4-2-1-3이다.

마지막으로는 현 대표팀의 인적 인프라에 기인한 선택이다. 2002월드컵 수비라인의 핵 홍명보 김태영 은퇴 이후 중앙 수비수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우리 대표팀이다. 은퇴 선언했던 최진철이 의사를 번복해야 했을 만큼 공백이 적지 않다. 중앙 수비수의 숫자를 줄이는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포백 카드를 꺼내든 내부 사정이다. 일반적으로 포백이 스리백에 비해 수비 숫자가 많은 시스템으로 여겨지지만 중앙수비수 숫자만 보자면 스리백은 3명, 포백은 2명의 센터백이 필요한 형태다.

종합하자면 2006월드컵 본선에 대비한 한국대표팀의 수비대형은 포백이 적합하다는 결론이다. 세계적 흐름과 우리의 조건을 따졌을 때 최상의 선택은 포백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확정적 오류’를 경계해야 한다. 포백으로의 무게 중심의 이동을 언급했지만 스리백과 혼합해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상대 공격전술이 어떠한가에 따라 적절히 대처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상대 공격수 숫자에 비해 수비 숫자가 지나치게 많다면 미드필드라인 위쪽으로 끌어올리는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 2002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이 변형 스리백을 구사한 것이나 아드보카트 감독이 2007아시안컵 예선 시리아전에서 전반 포백, 후반 스리백을 운용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앞서 표현대로 포백으로의 중심 이동이지 포백만의 고수가 아니다.

또 수비는 수비수들만의 임무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토털풋볼이 세계축구 흐름의 기본 조류로 확고히 자리 잡은 오늘날, 수비는 필드에 서 있는 모든 선수들의 몫이다. 미드필더 뿐 만 아니라 공격수들의 수비 가담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스리백이건 포백이건 디펜스라인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결단이 어떠한 결과를 낳을 지는 확언하기 어렵다. 하지만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시간의 필요성을 던져주었지만 전훈을 통해 가능성을 보여준 포백이다. 좌우 풀백의 공격 가담시 커버플레이와 수비형 미드필더진과의 간격유지, 협력수비 등을 보다 가다듬는다면 본선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포백 승부수의 관건은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2006월드컵 성공의 열쇠는 수비라인이 쥐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2월드컵 환희의 밑바탕에는 폴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등 강호들을 상대로 한 골도 내주지 않았던 수비의 견고함에 있었다. ‘한 경기의 승리를 원하면 공격을 잘 하면 되고 대회의 우승을 바란다면 수비를 잘 하면 된다’는 필드의 교훈은 2006년이라고 예외일 순 없다.

- 출처 : 박문성님 홈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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